급성 장염과 만성 장염
잘 알고 있듯이 장은 소장과 대장으로 되어있다.
소장의 윗부분에서는 알칼리성인 장액이 나와 주로 단백질을 분해하며 아랫부분에서는 영양소를 흡수한다. 대장에서는 수분을 흡수하며 굳은 변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위는 경우에 따라서 전부 잘라내도 생명에 위험이 없지만 장은 전부 잘라버리면 영양 흡수를 할 수 없으므로 위험하다. 장암 등으로 수술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일부분을 잘라낸다. 때문에 장은 위보다 중요한 장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에 염증이 생겨 기능이 낮아진 경우가 급성, 만성 장염이다.
보통 급성 장염이라고 하는 것 가운데는 단순히 지나치게 먹었기 때문에 생기는 것 외에 세균 감염과 식중독에 의한 것도 있다. 장점막에 세균 감염이 생기면 장점막을 자극하여 배아픔이나 구토를 일으킨다. 이러한 증세는 위염에서도 생기지만 장염의 특징은 설사와 열이 난다는 것이다. 항생물질 등으로 세균을 죽이면 설사는 멎지만 지나치게 쓰면 인체에 유용한 장내세균까지 없애버리게 된다. 그 결과 이른바 균 교대증이 생기고 곰팡이 같은 것이 번식하게 되므로 위험하다. 곰팡이는 세균을 없애는 것보다 훨씬 힘들기 때문이다. 잠 잘 때 차게 자서 배가 차가우면 일종의 기능 장애를 일으키며 장염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급성 장염은 설사가 중요한 증상이지만 때로는 설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배앓이, 복부 팽만감, 불쾌감 등을 동반하기도 하며, 자주 변을 보고 싶고 설사를 해도 시원하지 않고 위가 무직하고 이급후증(대변을 자주 보게 되고 본 후에는 항문의 가장자리와 아랫배가 아픈 병)이 나타난다. 때때로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으며 며칠 사이에 심하게 쇠약해지고 어린이나 노약자는 중증에 빠지게 된다.
▸병의 초기로 오한과 열, 설사 등의 증세가 있고 맥이 둔하고 빈맥일 때 갈근탕을 쓰면 이급후증도 낫고 몸이 좋아진다.
▸역시 병의 초기로 목이 마르고 메스껍고 구토 증세가 있으며 물 같은 설사를 하고 입맛이 없고 오줌량이 적을 때는 오령산을 쓴다. 오령산은 수유기와 유치원 시기의 어린이로서 젖을 토하거나 열이 나고 설사를 할 때에도 효과가 있다.
▸위령탕은 목이 마르고 물을 쏟는 것과 같은 심한 설사를 하며 오줌량이 적고 배아픔과 구토를 동반하는 환자로서 배가 불어나고 가스가 많이 차는 경우에 쓴다.
▸사역탕은 급성토사증에 의하여 많은 양의 수분이 갑자기 빠져나가며 고열이 있고, 오줌량이 적어지며 맥은 미약하고 중독 증상이 나타날 때에 쓰는데 배는 아프고 경련이 일어나며 손발이 차고 힘살경련을 일으키는 때도 좋다.
▸평소에 위가 약한 유치원 시기의 어린이에게서 볼 수 있는 물을 쏟는 듯한 설사나 구토와 열이 있는 경우에는 전시백출산을 쓴다.
▸곽향정기산은 여름에 차게 자거나 찬 음식을 먹고 구토와 설사, 배아픔 등이 일어날 때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급성 장염은 걸린 후에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 변하기 쉽고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고기, 떡, 순대 등은 신선한 것만 먹어야 하며 썩기 쉬운 식료품은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냉장고를 지나치게 믿는 것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설사가 있으면 장염이라고 하며 장염과 설사를 같은 뜻으로 쓰는 사람들이 있다. 보통 사람 뿐 아니라 전문가도 그렇게 생각하며 설사가 있으면 항생물질과 흡착제를 쓰는데 실제로 이러한 치료로 설사의 대부분이 낫는다. 그러나 만성 위염의 진단이 힘든 것처럼 만성 장염의 진단도 매우 어려우며 단순히 만성 설사의 증상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장에 궤양이 생겨 피와 점액이 나오고 적리처럼 뒤가 잦은 증상을 궤양성 대장염이라고 한다. 또한 과민성 대장이라는 병명을 흔히 쓰는데 이는 장이 자극된 모든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장이 과민한 사람은 신경질적인 사람이 많으며 또한 병이 잘 낫지 않으므로 자연히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만성 장염의 원인은 실로 다양하며 복잡하다. 따라서 증상도 한 가지가 아니며 배가 불어나거나 꾸르륵 꾸르륵 소리가 나고 가스가 생각대로 나가지 않으며 아픔도 매우 가벼운 것으로부터 심하게 아픈 것까지 여러 가지가 있다. 설사가 일반적이지만 설사와 뒤굳기가 번갈아 오는 경우도 흔히 있다. 설사 때에는 대장 아랫부위를 못쓰게 되므로 대체로 왼쪽 아랫배 부위가 아프거나 뜬뜬해진다. 만성적으로 오른 쪽 아랫배 부위가 아픈 것은 충수염을 제외하고 말단 결장염이든가 쿠론병 등으로 불리는 특수한 병이다.
만성 장염은 반드시 설사를 동반하는데 설사를 계속하는 경우와 설사와 뒤굳기가 서로 번갈아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설사 외에는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와 배아픔, 이급후증, 체중 감소, 온몸 권태감을 동반하는 것도 있다.
▸비교적 체력이 있는 사람의 만성 장염에는 반하사심탕, 감초사심탕, 생강사심탕 이 3가지 처방이 쓰인다. 내용은 거의 같으며 약간의 차이 밖에 없지만 3가지 가운데서 어느 것을 고르겠는가 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중탕과 진무탕, 사역탕은 체력이 비교적 쇠약해진 사람의 만성 장염에 잘 듣는다.
▸진무탕의 적응증보다 더 위장이 약하고 보통 때에도 조금만 더 먹으면 설사하는 환자에게 육군자탕을 쓴다.
▸진무탕과 육군자탕을 먹어도 낫지 않으며 피부가 거칠어져서 윤기가 없고 빈혈이 있으며 설사를 오래하는 경우에 계비탕, 삼령백출산을 쓴다. 삼령백출산은 장내 발효성 소화불량에 특히 잘 듣는다.
만성 장염의 치료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진행하는데 가벼운 증세는 치료가 간단하며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모든 위장병 치료와 마찬가지로 정신적인 안정과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식이요법에서는 비타민이 풍부하고 고단백질 식품과 식물성 지방도 어느 정도 먹어야한다. 요리는 소화 흡수가 잘 되게 하고 튀김 종류는 별로 좋지 않다. 음식은 잘 씹고 여러 번 나누어 식사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급성기와 안정기가 번갈아 나타나 여간해서는 치료되지 않는 장염이 많으므로 잘 살펴보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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