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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염상섭 : 소설 두 파산

염상섭 : 소설 두 파산


 <두 파산>

【해설】

  염상섭(廉想涉)의 단편소설. 1949년에 [신천지]에 발표. 광복 직후 경제적ㆍ도덕적 가치의 혼란 속을 살아가는 두 여인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경제적 파산과 정신적 파산이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파산을 제시하면서, 작가는 어느 것이 옳다든지 그르다는 판단을 유보한 채 삶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따라서, 객관적ㆍ중립적 입장을 고집하는 작가는 정례 모친의 심리와 함께 옥임의 심리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그들이 모두 현실을 살아가는 개성적 인물의 하나일 뿐임을 보여주고 있다.

  문방구점을 경영하던 정례 모녀가 물질적으로 파산하는 과정과 그와는 대조적으로 돈놀이를 하며 동업조건을 내세워 문방구점을 팔아먹는 김옥임의 정신적 파산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사회의 한 단면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개관】

▶갈래 : 단편 소설, 세태 소설

▶표현 : 성격의 병행 대조 기법

  ☞ 염상섭의 관찰 문학 또는 객관 문학은 특별한 수사의 기교를 요하지 않는다. 그는 끝까지 무기교의 산문 정신을 고집한다. 그러나 그의 글은 서울 중류 계급의 언어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두 파산'에 나오는 '죽은 아이 귀 만져 보기'와 같은 표현은 풍유에 의한 수사상의 기교라기보다는 평소에 속담을 많이 인용하는 서울 상민 계층의 일상적 어법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또 '두 파산'은 대화와 심리 묘사로써 경제적으로 파산하는 정례 모친의 정신적 가치와 정신적으로 파산하는 옥임의 경제적 가치를 구조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이것은 성격의 병행 대조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기법으로 자가는 은연 중에 정신적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독자에게 남겨 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돈에 모든 가치를 둠으로써 친구와 우정도 손쉽게 저버리는 옥임을 근대적 성격의 개성적 인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의 문학이 돈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면서 옥임과 같은 개성적인 인물을 창조한 것은 문학사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문체 : 묘사적, 만연체

  ☞ 염상섭의 문체는 대체로 문장의 길이가 긴 만연체의 특징을 보이며, 복문을 많이 쓴다. 이것은 그의 문학이 어떤 사실에 대하여 작가 나름대로의 해석이나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엄격하게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문학'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가 사실주의를 고집하면서 작가의 주관을 될 수 있는 대로 배제하여 렌즈가 대상을 포착하듯 대상을 포착하여 독자의 상상력이 작용하는 것을 작가 자신이 제거해 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을 묘사의 남용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염상섭의 지루한 서술 속에 숨어 있는 부정정신과 비판 정신을 읽어야 한다.

▶성격 : 사실적, 비판적

▶배경 : 광복 직후, 서울 황토현 부근

- 시대적 배경 : 해방 직후의 혼란한 사회

- 공간적 배경 : 학용품 상점은 당시의 구차했던 민생의 집약이며, 현실의 공간 배경이다.

- 시간적 배경 : 현재와 과거 회상 등의 혼재(混在)로 일상적 삶의 시간

- 사상적 배경 : 배금주의(拜金主義) 사상

☞ 이 소설의 배경은 소위 사회적 배경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모든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궁핍하던 시대, 또 모든 사람들이 정신적 지주를 상실한 시대라는 환경적 요인이 중요한 배경이 된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인물과 사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그려내고 있어 작가 관찰자 시점의 성격도 강하게 나타난다.

▶경향 : 사실주의, 자연주의적 경향

▶특징 :

- 자연주의적 인생관과 사실주의적 창작 태도가 일관되어 흐르고 있다.

- 순 객관적인 표현양식

- 빠른 사건의 진행보다는 현실의 느린 전개

▶제재 : 광복 직후 물질적ㆍ정신적으로 파산한 두 여인의 삶

▶주제

- 물질적ㆍ정신적으로 파산된 인간을 통한 혼란한 사회상 비판

- 물질 만능의 각박한 세태 비판

▶출전 : [신천지](1949)

【등장인물】

▶정례 어머니 : 경제 파산자. 초등학교 앞에서 구멍가게를 함. 옥임의 동창생. 정치를 한답시고 돌아다니는 남편을 못 믿어 은행빚을 내어 초등학교 앞에서 문방구 구멍가게를 차려 놓고 생계를 유지하나 장사가 어려워 옥임에게 빚을 지고 가게를 운영 하나 결국 남편의 자동차 사업 실패로 친구 옥임에게 가게를 넘긴다.(물질적 파산자) 정적(靜的) 인물.

▶정례 아버지 : 광복 후 혼란기에 정치 일선에 관여하면서 경제력도 없이 무위도식하는 인물. 어수룩한 자동차로 옥임에게 사기칠 궁리를 한다.

▶옥임 : 성격 파산자. 세태에 물들어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김. 동경유학생 시절 신여성임을 부르짖으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했었으나, 도지사 대감의 후실이 된다. 그런데 남편이 중풍을 앓을뿐더러 반민자(反民者)로 몰려 있던 중 고리대금업에 삶의 재미를 갖게 되며 친구 정례까지도 저버리는 성격 파산자. 정례 어머니의 삶에 대하여 열등감을 지니고 있음. 동적(動的) 인물

▶교장 : 옥임에게 받을 돈이 있는 교장은 옥임의 부탁으로 정례에게 받을 돈을 대신 받아가라는 말을 듣고 정례 모친을 졸라댄다. 고리대금업을 하는 인물로, 겉으로는 점잔을 빼지만 정례 어머니의 문방구점을 인수하려 하는, 변모한 지식인의 모습을 보이는 인물. 정적(靜的) 인물.

▶옥임의 남편 : 친일파 고위 관리

【사건】

  생활이 어려운 정례 모친이 동창생인 옥임에게 돈을 빌려 가게를 차리지만, 여의치 못해 빚을 갚지 못하자 옥임이 그 가게를 정례 모친으로부터 인수한다. 돈을 사이에 둔 두 인물간의 대립과 갈등이 사회상의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구성】

  이 작품은 시정(市井) 소설로서 시간적 순행 기법에 과거 회상이 삽입되어 있으나 대체적으로 평면적 구성에 속한다. 그리고 내용의 층위에서는 정례 모친과 옥임의 경제적, 성격적 파산이 병행적 구성으로 전개되고 있다.

▶발단 : 광복 후 정치에 뛰어든 남편 대신 살림을 위해 은행 빚을 얻어 가게를 차린 정례 어머니

▶전개 : 장사가 어려워지자 옥임에게 빚을 얻어 가게를 운영하는 정례 어머니

▶위기 : 정례 아버지의 자동차 사업 실패로 이자마저 못 갚는 어려움

▶절정 : 빚 때문에 옥임에게 망신당하는 정례 어머니

▶결말 : 옥임에게 가게를 빼앗기고 옥임의 성격 파산을 한탄하는 정례 어머니

【줄거리】

  『광복이 되자 정례 어머니는 별 수입도 없이 정치를 합네 하고 돌아다니는 남편만을 믿고 있을 수 없게 되어 문방구점을 열기로 한다. 남편을 졸라 집 문서를 담보로 하여 은행에서 빚을 얻어 초등학교 앞에 가게를 차린다. 그러나 돈이 딸려 물건을 제대로 갖추어 놓지 못하면서 장사가 어렵게 되고, 할 수 없이 동창생인 김옥임에게 빚을 얻어 가게를 운영한다.

  그러나 새로이 시작한 남편의 자동차 사업이 실패하여 김옥임에게 진 빚의 이자마저 제대로 갚지 못하는 어려운 형편이 된다. 문학을 사랑하고, 여성 해방 운동을 찬양하면서 꿈 많던 처녀 시절을 보낸 옥임이는 이제는 돈놀이에 몰두하여 성격 파산자로 변하여, 경제적으로 파산한 정례 어머니에게 길거리에서 심한 창피를 준다.

  동경 유학생으로, 신여성임을 부르짖던 옥임은 도지사 대감의 후실(後室)이 되었는데, 그 남편이 지금은 중풍을 앓을 뿐만 아니라, 반민자(反民者)로 몰려 있다. 그러자 옥임은 고리대금업에 삶의 재미를 붙이게 되었고, 정례 어머니는 옥임의 그러한 정신적 파산을 한탄한다. 그러나 옥임은 오히려 친구인 정례 어머니에게 정류장에서 망신을 주면서, 빚도 빚이지만 젊은 남편과 장래성 있는 자녀를 둔 친구에 대한 시기심에 화풀이를 한다.

  옥임은 또 교장에게 진 빚이 있다. 옥임은 정례 어머니더러 교장에게 자신이 진 빚을 대신 갚으라고 말하고, 교장은 정례 어머니를 닥달한다. 이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한 정례 어머니는 문방구점을 처분하여 빚을 갚고는 허탈감에 앓아눕는다. 그러나 그런 정례 어머니 옆에서 남편은, 옥임이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어수룩한 자동차로 옥임에게 사기칠 궁리를 한다.』


  『정례 모친은 남편을 졸라서 집문서를 은행에 넣고 천신만고하여 삼십만원을 얻어 가지고 부비 쓰고 당장 급한 것 가리고 한 나머지 이십이만 원을 들고 이 가게를 벌였다.

  김옥임이가 한 다리 걸치자고 덤비니 동사란 애초에 재미없는 일이거니와 당장에 아쉬우니 오만 원씩 두 번에 걸쳐서 십만 원 밑천을 받아들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말이 동사지 이할이 넘는 고리로 십만 원 빚을 쓴 거나 다름없었다.

  옥임은 교장을 대리로 내세워 정례 모친에게 돈을 내라고 들볶았다. 교장은 자기 돈 오만 원의 이자를 받아가면서 김옥임이가 자기한테 빌린 이십만 원을 정례 모친이 옥임이에게 갚을 이십만 원을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다. 말이 교장이 받아 가는 거지 사실은 옥임이가 돈을 못 돌려 받을 거 같자 교장을 통하여 받으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정례 모친이 황토현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며 사람들 틈에 섰으려니까, 그 길로 오던 옥임이가 옆에 와서 시비를 걸었다. 남편이 젊었다느니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정례 모친을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주었다.

  스물 예닐곱까지 도쿄 바닥에서 신여성 운동이네 하고 멋대로 놀다가, 지금 영감의 후실로 들어앉아서 호강을 하여 본 옥임이가 고생하는 예전 동무를 쫓아다니며 울리는 고리대금업자로 변할 줄이야 누구도 알지 못하였다.

  또 교장이 찾아와 정례 모친에게 돈 얘길 꺼내자 정례 모친은 이십만 원 표에 이만 원 현금을 얹어서 옥임이 갖다 주라고 내 놓았다.

  그 후 두 달이 걸려서 교장 영감의 오만 원 빚은 갚았지만 석 달째 가서는 상점 주인이 바뀌고야 말았다. 교장을 딸 내외가 들어앉은 것이었다. 알고 보니 옥임이가 오만 원을 얹어 먹고 넘겨 준 것이었다.』


  『"어머니, 교장 또 오는군요."

  학교가 파한 뒤라 갑자기 조용해진 상점 앞길을, 열어놓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고 등상에 앉았던 정례가 눈살을 지푸리며 돌아다본다. 그렇지 않아도 돈 걱정에 팔려서 테이블 앞에 멀거니 앉았던 정례 모친도 저절로 양미간이 짜붓하여졌다. 점방 안에는 학교를 파해 가는 길에 공짜 만화를 정례네는 빚에 시달리게 되었다. 김옥임 여사에게 10만 원, 교장에게 5 만원 부채를 진데다 이자가 겹쳐 빚은 늘어나기만 한다. 집을 저당 잡힌 돈으로 국민학교와 여자 중학교 맞은편에 문방구점을 내면서 밑천이 모자라서 꿔어 온 돈이다. 그런 대로 잘 되던 문방구점이 빚에 잡혀 김옥임에게 넘어가고 말았다. 동업조로 돈을 준 김옥임은 또박또박  배당금을 받아, 출자한 돈 10만원의 갑절인 20만원을 이자로 거둬들이고는 그 채권은 교장에게 넘겼던 것이다.

  문방구점까지 집어삼킨 악랄한 김옥임은 정례 모친과 동창으로 동경 유학 시절에는 여성 운동에 앞장서기까지 했던 여자였다. 그러던 그녀는 친일파 도지사 영감의 후실이 되어 날뛰다가 몰락하게 되자, 행복하게 사는 친구 정례 부친을 시기하여 심하게 괴롭히는 것이다. 사람들 앞에서 돈 때문에 김옥임과 다툼질을 하고 망신을 당한 후 살림도 파산이 되자 정례 모친은 몸져 눕게 된다. 남편은 고장난 자동차를 빚 대신 김옥임에게 떠넘겨 골탕먹일 궁리를 하면서  병석에 있는 아내를 위로한다.

  정례 부친은 앓는 마누라 옆에 앉아서 이렇게 위로하였다.

  "옥임이 돈을 먹자는 것두 아니지만, 무순 재주루 ? "

  마누라는 말리는 것도 아니요, 부채질하는 것도 아닌 소리를 하였다.

  "김옥임이도 요사이 자동차를 놀려보구 싶어한다는데, 마침 어수룩한 자동차 한 대가 나섰단 말이지. 조금만 참아요 우리 집문서 아무래두 김옥임 여사의 집으로 찾아가고 말 것이니."

하며, 정례 부친은 앓는 아내를 위하여 뱃속 유하게 껄껄 웃었다.』

【감상】

  이 작품은 해방 직후 서울 황토현 부근을 무대로 살아가는 서로 대비되는 두 중년 여인(정례 어머니, 옥임)의 파산 과정을 그리고 있다.

  건강한 정신의 삶을 살고자 했던 정례 어머니와, 시대 혼란을 틈타 현세의 안녕과 치부를 노리던 옥임은 그들보다 더 영리에 밝은 속물들에 의해 각각 경제적, 정신적 파산을 겪는다.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물질만능의 세태를 사실적 엄정성으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해방 직후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던 우리 사회를 배경으로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의 대립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객관적, 중립적 입장을 고집하여 단지 세태를 관찰하는 데 만족하는 작자는 정례 모친의 심리와 함께 옥임의 심리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그들이 모두 현실을 살아가는 개성적 인물의 하나일 뿐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나친 금권 추구가 우정과 의리마저 파괴한다는 내용의 짧은 단편소설이다.

  즉  해방 직후의 모순된 사회상의 부조리와 시대적 금권 풍조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성상의 평이한 결점과 소재의 단일성, 엉성한 플롯으로 독자에게 자칫 지루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결말 부분에서 정례 부친의 한마디 반전(反轉)은 매우 흥미롭다. 물질의 파산을 본 김옥임에게서 물질로 다시 회복하려는 의지의 이면에는 물질에 지배받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현실 한계를 일축하여 시사해 주고 있다.

  또한, 이 소설은 경제적으로 파산하는 정례 모친의 정신적 가치와 정신적으로 파산하는 옥임의 경제적 가치를 대화와 심리 묘사를 통해 대비하는 방법으로, 작가는 은연중에 정신적 가치를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을 독자에게 남겨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돈에 모든 가치를 둠으로써 친구와의 우정도 손쉽게 저버리는 옥임을 근대적인 성격의 개성적 인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한편, 이 작품에서 옥임의 남편이 친일파인 점을 중시한다면, 작가는 가난하면서도 지조를 지켜 새로 찾은 나라를 위해 정치 일선에 나선 정례의 부친을 긍정적으로 보기가 쉽다. 그러나 정례 부친도 무위도식을 일삼고 급기야 어수룩한 자동차를 가지고 옥임에게 사기칠 궁리나 하는 그렇고 그런 인물일 뿐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친일파나 월남민을 작품의 제재로 채택하되, 그 역사적 의미를 따지지는 않는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소한 일에 매달려 꿈과 이상을 잊은 채 오늘을 살고 있는 서민들의 세태와 애환인 것이다.

  작품에서 비교적 긍정적 인물로 그려지던 정례 모친이 남편의 사기칠 계획을 듣고도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들도 결국 경제적인 문제를 초월할 수 없는 평범한 인간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두 파산>의 특징은 첫째,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의 태도와 심리를 실감있게 그렸다는 점, 둘째, 전지적 작가 시점과 인물의 내면 묘사를 통해 은연중에 부정과 풍자의 효과를 얻고 있다는 점, 셋째, 풍부한 경기지역 사투리를 능란하게 구사함과 동시에 작가의 현실 인식과 한계를 형상화한 점이다.


  염상섭은 판단과 결정을 보류하는 성향이 강한 작가이다. 그는 현실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인식하고 분명하게 반영하는 작가이면서도 자신의 가치 기준을 제시하기를 꺼리는 일면을 보여준다.

  <두 파산>에서도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유형의 인간을 등장시켜 사건을 꾸려 나가면서도 끝내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자기의 생각은 일체 배제하고 있다. 이 점이 그를 투철한 사실주의 작가로 평가하게 되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작품에는 해방 직후 가치관의 혼돈 속에서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살아가는 두 유형의 인물이 등장한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고달픈 나날을 보내는 정례 모친, 오로지 돈에만 매달리게 된 옥임이, 이들은 모두 파산자들이다. 정례 모친은 경제적 파산으로, 옥임은 고상한 꿈을 잃어버린 정신적 파탄으로 불행해진 인물들이다.

  이들은 해방 직후의 혼란스러운 시대상을 운명처럼 감내하면서 희생되어야 했던 그 당시의 인간 군상들의 비극적인 모습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소설이 그 당대의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때, 그러면서도 허구로서의 재미와 진실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할 때, 우리는 그 대표적인 예로 <두 파산>을 얼른 떠올린다 해도 좋을 것이다.

  <두 파산>은 해방 직후 가치관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던 우리 사회를 배경으로, 정신적인 가치와 물질적인 가치의 대립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작가는 그 두 가치 중 어느 한 쪽을 굳이 선택하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고집하는 작가는 '정례 모친'의 심리와 함께 '옥임'의 심리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그들이 모두 현실을 살아가는 개성적 인물들 중의 하나일 뿐임을 그리고 있다. '옥임'의 남편이 친일파인 점을 중시한다면, 작가는 가난하면서도 지조를 지켜 새로 찾은 나라를 위해 정치 일선에 나선 '정례 부친'을 긍정한다고 보기가 쉽다. 그러나 '정례 부친'도 무위 도식을 일삼다가 급기야는 어수룩한 자동차를 가지고 '옥임'이를 사기쳐 먹을 궁리나 하는, 그렇고 그런 인물일 뿐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친일파나 소시민을 작품의 제재로 채택하되 그 역사적 의미를 따지는 단계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시정(市井)에서 사소한 일에 매달려 꿈과 이상을 잊은 채 오늘을 살고 있는 서민들의 세태와 애환인 것이다. 작품에서 비교적 긍정적인 인물로 그려지던 '정례 모친'이 남편의 사기칠 계획을 듣고도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그들도 결국 경제적인 문제를 초월할 수 없는 평범한 인간임을 증명하고 있다.


  염상섭의 <두 파산>은 광복 이후에 발표된 것으로서 대표적인 사실주의 계열에 속하는 작품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의 뚜렷한 인물들의 삶의 방식이 나타나 있다. 양심을 지켜 나가려다가 물질적인 파산에 처하게 되는 인물인 정례 어머니, 이에 비해 정신적 파산을 겪는 인물인 김옥임 여사가 바로 그들이다.

  작가는 이 두 여인을 대비시켜 가며 광복 후 전환기의 사회상의 단면인 물질적 파산의 모습과 정신적 파산의 모습을 그려 놓고 있다. 특히 시대적 풍조 속에서 지나친 금전 추구가 우정과 의리마저 저버리게 한다는 이 소설의 기본 줄거리 속에는 당대의 삶을 통찰한 작가의 의식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다.

  '정례 어머니'로 대표되는 가장 건강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이 경제적으로 몰락해 가는 과정과 '옥임이'로 대표되는 치부를 위해 날뛰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두 여인 사이에서 교묘하게 이득을 누리고 있는 '교장' 같은 속물들의 모습 등을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아무런 논평 없이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광복 직후의 우리 사회가 겪는 물질적, 정신적 가치관의 혼류(混流)를 잘 보여 주는 일종의 세태 소설(世態小說)이라고 할 수 있다. 염상섭은 노련한 필치로 옥임의 인간적 파산과 정례 모친의 경제적 파산을 대조해 가면서 담담하게 당대의 세태상을 묘사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문체를 고집하는 염상섭은 정례 모친의 심리와 함께 옥임의 심리도 상세하게 밝힘으로써 그들이 모두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다른 모습의 피해자임을 그리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목소리 높이 현실을 비판한 이념적 작품이 아니라 차분히 세상살이의 단면을 그려냄으로써 객관적 리얼리티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단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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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8 12:32 2008/08/28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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